1. 가족의 정의
가족에 대해서는 체계론적 관점, 여권론적 관점, 구조 기능론자의 관점, 갈등론 자의 관점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어서 현대의 가족에 대한 정의는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가족은 인간이 유지해 온 제도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세월이 변함에 따라서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꾸준히 계속되어 온 사회적 제도이다. 하지만 개인이 경험하는 가족은 시대적 변천과 역사와 민족에 따라 매우 다양해서 더욱더 정의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가족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내리는 것은 필요하다. 가족의 실체에 관한 내용은 두 가지 다른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가족이란 인류 사회의 보편적인 제도로서 ‘자녀 양육의 기능을 중심으로 특정한 공간과 특정한 애정의 유대로 연결된 특정한 사람들의 집합체’로 개념화될 수 있는 시각이다. 이는 20세기 많은 인류학자가 주장해 온 바이다. 이러한 가족 개념은 가족이 여성의 영구불변한 역할인 양육, 결합, 재생산 역할에 의해 규정된다는 신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족은 인간의 교육과 양육을 담당하는 가장 강력한 제도체계인 것이다. 이 시각에서 다양한 현대 가족 문제 즉 가족의 개념과 가족 성원에 대한 실제 행위 사이의 불일치는 불완전한 인간의 능력 부족 탓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가족 개념에 기초한 가족정책의 목표는 보편적인 가족의 특징을 현실 가족에게 회복시키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다. 두 번째 시각은 특정한 사회질서 안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이념적, 철학적 구성단위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가족을 편재하는 생물학적 욕구에 대한 보편적인 반응은 아니다. 예를 들면, 가족은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자연적 집단이 아니라 가정 내부에서 인간관계를 조직하고 고려하는 방식으로 인식되며, 개인이 재산을 소유하고 보호와 복지를 제공하고 특히 자녀 양육을 하는 단위로서 국가에 의해 형성된 영역, 다시 말해서 현대 정치와 경제를 지배하는 비인격적 규범과 대립하는 사랑과 친밀의 범주로 개념화된 영역이라고 본다. 이 시각으로 보면 가족이란 사회변동과 함께 의도적인 정치적 개입에 의해 변화하는 실체로 본다. 이는 보편적인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고정된 사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산업화, 도시화 등 사회적 조건의 변화에 대하여 역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사전적 정의에서 가족은 일반적으로 어버이와 작, 부부, 형제자매 등 혈연과 혼인 과계 등으로 한 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사회 통계에서는 1인 또는 2인 이상이 모여서 취사, 취침 등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 단위 개념인 가구라는 단어로 말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에 대한 개념은 특히 법의 수용과 관련하여 오늘날 쟁점이 되고 있다. 부부간의 법적 신분은 특히 부부 역할을 중시하는 관계에서 개인적 권리를 인정하는 계약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부부간의 관계가 파탄에 이를 때 이혼을 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는 부부간의 계약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는 현대 동성애 가족까지도 가족으로 합법적인 보호를 하고 있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도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가족법에서는 동성애, 국제결혼, 재혼가족, 미혼모, 인공출산 등과 같은 사회적 관계로 이루어지는 가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인정해 주고 있지 않다. 위의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가족이란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는 기본 사회 집단으로서 이익 관계를 초월한 애정적 혈연집단을 기본으로 하는 같은 장소에서 기거하고 취사하는 동거 동재 집단이다. 그리고 가족마다 고유한 가풍을 갖는 문화집단이며, 양육과 사회화를 통하여 인격 형성이 이루어지는 인간 발달의 근원적 집단이다. 이런 전통적인 개념과 함께, 혈연관계가 아닌 2인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맺는 구성으로 살아가는 대안적 형태를 가지면서 사회의 정치적 개입에 의해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역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제도의 하나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2. 가족의 기능
전통적인 가족은 성이 다른 성인 2명과 그들이 출산한 자녀들이 물리적 거주지를 공유하고 상호 간에 동의한 목표를 지니는 사회적 체계이다. 이는 성인 두 사람의 헌신적 관계로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두 사람이 동성이거나 자녀가 없거나 성인 중 어느 한쪽이 부재한 경우에는 전통적인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 급변하는 사회 현상은 가족에 대해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을 수정하도록 요구한다. 빈번해진 입양은 부부가 출산하지 않는 아동도 가족의 일원으로 포함하고 있고 높은 이혼율은 한부모가족과 복합가족을 양산한다. 또한 자녀가 없는 부부, 동성애 가족도 하나의 가족으로 수용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오늘날 거의 모든 가족학자는 더 이상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가족 현상을 규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존재하는 그대로의 생활양식 중심으로 가족 현상에 관심을 갖고, 가족이란 ‘무엇인가’보다는 ‘무엇을’ 가족으로 볼 수 있는가에 연구의 초점을 둔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의미인 핵가족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한 부모 가족, 노인가족, 일인가족, 무자녀가족, 동거가족, 비 동거가족, 동성 가족, 공동체 가족 등의 비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조금씩이나마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에서 가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 즉, 가족의 구조적 측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가족을 상호작용하는 인격체의 통일체로 간주하여 가족의 기능적 측면에 관심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가족은 더 큰 사회를 위해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고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기능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족이 담당하는 기능은 다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친밀한 관계의 근원을 제공한다. 사회가 산업화하고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가족 내에서 친밀성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더 큰 사회 내에서는 개인이 대부분 역할로서 지각되기 때문에 타인과 개인적 수준에서 친밀성을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자녀를 출산하고 그들을 사회화시킨다. 전통적으로 자녀 출산은 가족의 주된 기능이었다. 가족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노인 세대가 사망할 때 그들은 대치할 아동을 출산하여 양육하여 사회가 계속하여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아동은 대단히 연약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출생하기 때문에 그들이 특정 문화에 맞게 한 사람의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오랫동안 양육한다. 가족의 사회화 기능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셋째, 경제적 협조의 단위로 기능한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성별에 따라서 일을 분담하는 경제적 협조의 단위이다. 이는 보통 소비 단위 하나로 생각되기 쉬우나 동시에 중요한 생산 단위다. 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 아내의 자녀 양육, 남편의 가사 도움, 자녀의 청소하기, 요리 활동, 동생 돌보기 등은 모두 생산적 활동에 포함된다. 넷째, 가족 구성원에게 지위와 사회적 역할을 할당한다. 결혼으로 인해서 두 성인 모두 새로운 가족 역할이 부과된다. 그것이 사회에서 진정한 성인의 지위를 획득하도록 돕는다. 부모나 형제자매에 대한 일차적 헌신이나 애정은 배우자에게로 이동되고, 자녀 출산은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개인에게 부여한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다양한 역할 수행을 통하여 우리의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정체감의 많은 부분이 형성된다.